제목만 들어보았다. 어째서 내가 이 영화의 제목이 익숙한지 알 수 없다. 소설이 원작이고 과거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영화를 보았는데,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영화 속 네 자매들의 이름조차 눈에 익지 않은데, 과거와 현재를 아무렇지 않은듯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은 시간이 지나자 점차 사라졌고, 오히려 그런 편집 때문에 영화가 더 재밌고 독특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주인공인 조(물론 네 자매 모두가 주인공이긴 하지만)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당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인 대우나 상황을 독립적인 여자 주인공을 대상으로 극명하게 그려보인다. 이 영화의 페미니즘은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이며, 부당하거나 과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당시 여성들에게 사랑과 결혼만을 강요하는 부당한 사회적 억업이 주인공인 조에게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일이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들은 돈을 벌 필요가 없이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만 잘 가면 되고, 여성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란 창녀가 되거나 극단에서 배우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조의 대고모(메릴 스트립)가 하는 말은 그 억압적인 상황을 잘 드러낸다.
조가 로리(티모시 살라메)의 청혼을 거절하는, 아니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어떤 천성들은 억누르기엔 너무 고결하고 굽히기엔 너무 드높다'고 말했듯,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는 천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비단 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 생각에 네 자매는 모두 '너무 고결하고 너무 드높은 천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첫째인 메그(엠마 왓슨)의 선택 또한 독립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수 없고(그녀의 사랑은 진실했기에), 에이미(플로렌스 퓨)의 선택 또한 조 못지 않게 당당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할 수 있으며, 가장 가여워보일수도 있는 베스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강한 심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건 단순히 어찌어찌 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말 이상의 행복하고 이상적인 결말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결말인 것이다. 내가 조라면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던 로리의 선택에 많은 상처를 받았겠지만, 그게 조였기 때문인지 쉽게 털어내고 기꺼이 다른 사랑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그만큼 강한 것이다.(물론 그 속마음을 다 헤아리긴 어렵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그녀는 충격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는 그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쓸데없이 징징거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아프지만 결국 성숙해지는, 그래서 끝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