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아침이슬, 2008.

시월의숲 2022. 4. 2. 23:07

(뱅쿼)

시간의 씨앗 속을 너희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낱알이 자라고 어떤 낱알이 안 자랄지 알 수 있다면,

내게 말해 다오, 은총을 구걸하지도

그대들의 증오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니.

(15~16쪽)

 

 

*

 

 

(맥베스 부인)

오 결코

태양은 그 내일을 보지 못할걸요

당신 얼굴은, 여보, 무슨 책 같군요, 사람들이

수상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을 속이려면,

그때그때 어울리는 표정을 지으세요. 환영하는 내색을 담아야죠. 당신 눈에,

당신 손에, 당신 혀에. 순진한 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 밑은 뱀이어야 하고요.

(27쪽)

 

 

*

 

 

(맥베스 부인)

그렇다면 어떤 짐승이

이 계획을 제게 발설하라고 당신을 꼬드겼나요?

당신이 발설을 해치웠을 때, 그때 당신은 사내였어요.

그리고 당신 이상이 되기 위해, 당신은

그만큼 더 사내답고자 했지요. 시간도 장소도

그땐 들어맞지 않았지만, 둘 다 만들고자 했거든.

그것들은 스스로 만들어졌죠. 그런데 적절함이 이제

당신을 기죽이는군요. 젖을 물려 본 저는 알죠,

젖 빠는 아이를 어르는 게 얼마나 부드러운지.

하지만 난, 아기가 나를 보며 미소 지을 때,

젖꼭지를 뼈 없는 아기 잇몸에서 빼내고

대갈통을 박살 냈을 거야, 당신처럼만

내가 맹세했더라도 말예요.

(32~33쪽)

 

 

*

 

 

(맬컴)

이 살인의 화살은 쏘아졌지만

아직 표적에 닿지 않았어, 그리고 가장 안전한 길은

과녁을 피하는 거지. 그러니 말을 타야지,

정중한 작별 인사 따윈 생략하고

슬쩍 빠져나가는 거야. 그런 도둑질은 

정당하다, 아무런 자비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자기 몸을 훔쳐 내는 도둑질은.

(52~53쪽)

 

 

*

 

 

(로스)

어두운 밤이 목을 죄오, 여행 중인 등불의.

밤의 욱일승천일까요, 아니면 낮의 수치일까요,

살아 있는 빛이 입맞춤해야 할 

대지의 얼굴을 어둠이 무덤에 파묻는 것은?

(54쪽)

 

 

*

 

 

(맥베스)

오라, 운명이여, 경기장 안으로

그리고 나와 단독으로 겨뤄 보자, 죽을 때까지.

(61쪽)

 

 

*

 

 

(맥베스)

결론이 났다. 뱅쿼, 네 영혼이 날아올라

하늘을 본다면, 오늘 봐야 하리라.

(65쪽)

 

 

*

 

 

(맥베스)

오, 내 마음은 전갈로 가득 찼다오, 사랑스런 아내여!

(67쪽)

 

 

*

 

 

(헤카테)

너희들 모두 알다시피 자만은

필멸 인간의 주적이란 말씀.

(81쪽)

 

 

*

 

 

(두 번째 마녀)

엄지손가락이 따끔한 걸 보니,

뭔가 사악한 것이 이쪽으로 옵니다.

(90쪽)

 

 

*

 

 

(로스)

당신의 귀가 내 혀를 영원히 경멸케 하지 마시기를,

내 혀가 그대 귀를 사로잡을 그 소리는

이제껏 들었던 가장 무거운 소리일 것이니.

(113쪽)

 

 

*

 

 

(맥베스)

병든 마음을 보살필 수는 없는 것인가,

뿌리내린 슬픔을 기억에서 뽑아내고,

두뇌에 새겨진 괴로움을 싸그리 지우고,

그리고 달콤한 망각의 해독제로

가득 실린 가슴에서 그 위태로운 성분,

가슴을 짓누르는 그 성분을 씻어 낼 수는 없는 거요?

(126쪽)

 

 

*

 

 

(맥베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기어간다, 이런 사소한 속도로 매일매일,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우리들의 모든 어제는 밝혀 주었다, 바보들에게

먼지투성이 죽음에 이르는 길을.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불쌍한 연기자가

무대 위를 잰 체 활보하며 자신의 시간을 안달복달하는 것일 뿐,

그러고는 더 이상 듣는 이 없는 것일 뿐. 그것은

백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찼으나,

아무 의미도 없는.

(131쪽)

 

 

*

 

 

(맥더프)

말은 필요 없다.

내 말은 내 칼 속에 있다, 너는 형언할 수 없이

피비린 악당.

(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