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붕어빵의 맛

시월의숲 2022. 10. 22. 15:08

붕어빵을 먹었다(정확히는 잉어빵이라고 쓰여 있었다. 크기가 다른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크기도 모양도 붕어빵과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붕어빵이라고 쓴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결코 줄을 서면서까지 사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네에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밤이었고,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붕어빵 아저씨는 아직 손이 익숙하지 않은지 우왕좌왕하면서 연신 입으로는 팥 두 개, 슈크림 두 개, 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밀려드는 주문을 외우지 못해 노트에다 메모까지 해가면서.

 

앞에 서 있는 나에게도 몇 번이고, 팥 네 개, 슈크림 두 개 맞죠?라고 물어서, 나 역시 몇 번이고 팥 네 개, 슈크림 두 개 맞아요,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래도 장사가 잘 되어서 좋으시겠어요,라고 말했더니, 사장님은 어서 들어가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사장님은 오는 손님들마다 서비스로 붕어빵 몇 개씩을 더 넣어주었다. 나는 왜 그곳에 사람들이 많은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마침내 붕어빵을 받아들고 하나를 먹는 순간, 서비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익히 다 안다고 생각했던 붕어빵의 맛은... 달콤하고... 그러니까... 정말 맛있었다. 붕어빵을 좋아한다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쩌면 나는 붕어빵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순간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는지도. 그래, 붕어빵은 이런 맛이었지. 이런 맛으로 먹는 거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어라, 나 방금 저녁을 먹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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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점을 몰라서 그냥 붕어빵이라 썼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틀과 반죽 등의 차이점이 있긴 있었다! 두 개를 비교해보지 않아서 아직은 실감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어쨌든. 세상에, 이렇게 세심한 사람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