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기 아버지처럼 갑자기, 그해 가을에 죽었다. 음악회에서 좋아하는 악장이 연주될 때 떠나듯, 불이 켜지기 한 시간 전에 나오듯 그렇게 갔다. 아니면,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가을을 사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아프리카의 해변처럼 뜨거운 정오의 태양을, 끝없이 퍼지는 맑은 가을밤의 냉기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웃으며 재빨리 빠져나가듯, 시골에 가듯, 다른 방으로 가듯, 여기보다 더 멋진 곳으로 저녁 외출을 하듯 그렇게 갔다.(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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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어서일까? 요즘 부쩍 내가 알거나, 알 수도 있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부고가 많이 들려온다. 부고 문자를 보고 있으니, 얼마 전에 완독한(드디어!)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 속 저 문장이 생각났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을에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태어남과 죽음에 정해진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가을에 떠나는 사람은, 많든 적든 가을이라는 계절의 부름을 받는 것은 아닌가 싶다. 모든 것들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계절이기에 그런 것일까. 낙엽처럼 자명한 진실이 가을밤의 서늘한 바람처럼 불어온다.
그렇기에 가을에 떠나는 사람들은, 부디 소설 속 '그녀'처럼 '여기보다 더 멋진 곳으로 저녁 외출을 하듯' 그렇게 가는 것이기를 바란다. 내가 알거나, 알 수도 있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 모두. 모든 번뇌를 내려놓고 '웃으며 재빨리 빠져나가기를'.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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