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시월의숲 2022. 11. 13. 22:13

 

일요일 아침 조조로 영화를 보았다. 러닝 타임이 무려 두 시간 사십 분이다. 나는 세 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의 러닝 타임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이 영화의 소개나 리뷰, 평점 등을 전혀 보지 않았다. 그러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쿠키 영상이 몇 개나 있나 싶어 찾아보다가 평점과 짤막한 리뷰들을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다. 나는 예고편만을 보고 무척 기대를 하고 왔는데, 극과 극의 평점을 보다 보니 머리가 다 어질어질했다. 그러니까 재밌다고 한 사람들의 평점은 거의 10점에 가깝고, 재미없다고 한 사람들의 평점은 거의 1점에 가까웠다. 1과 10 사이에서 나는 과연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지 스스로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했다. 나는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평가와는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이터널스>도 그랬고 <더 배트맨>도 그랬으며 <외계+인>도 그랬다. 내가 아무리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과의 입장 차이가 매번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다. 나도 재미없는 것은 재미없다고 하는 편인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 영화의 긴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화가 너무 갑작스레 끝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 영화는 영화를 찍는 중에 사망한 채드윅 보스만의 추모로 시작해서 추모로 끝난다. 그러니까 영화는 블랙 팬서에 대한 애도의 영화이자, 애도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 시작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극 중 여동생이었던 슈리가 블랙 팬서가 되기까지의 성장담이기도 하고, 복수에 대한 영화이자, 그것을 넘어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서로가 가진 아픔과 복수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나는 그것들이 충돌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각자 자신의 오빠와 어머니, 가족들, 부족들이 가진 아픔이 있고, 절망과 슬픔이 있으며, 그것들은 복수에 대한 충분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런 각자의 정당한 복수가 만난다면, 과연 누구의 복수가 더 정당하고, 고결하며, 정의로운 것인가? 그것을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각자의 정의를 가진 채 죽고 죽이는 수밖에는 없는 것인가? 죽은 자가 덜 정당하고 죽인 자가 그 정당함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 복수는 얼마나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일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물론 영화에서 주인공 슈리는 그 함정을 용케 피해 간다. 때론 어느 시점에서는 슬픔을 삼켜야만 한다는 것. 개인적인 복수의 허망함을 현명하게 피한 슈리는 한 단계 성장했을 것이다. 아쉬웠던 점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어떤 영화든지 아쉬움은 늘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액션이었다. 사람들이 평점을 낮게 준 이유도 그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블의 액션은 늘 딱 맞는 옷처럼 리드미컬하고 적재적소에 있었고, 그래서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에서 액션은 예고편 이상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특히 마지막 탈로칸과 와칸다의 병사들이 싸우는 장면은 그 웅장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좀 맥이 빠졌다. 슈리와 네이머의 액션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캐릭터인 네이머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앞으로의 마블 영화에서 좀 더 볼 수 있기를 바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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