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1부>를 보았다. 나는 대체적으로 책이나 영화 같은 것을 볼 때 되도록이면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몰라도(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이 영화에 쏟아지는 이상하리만치 잔혹한 비판은, 영화를 보고 온 지금 내겐 의아함을 넘어서 이 영화를 음해하려는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너무나도 별로라는 리뷰를 많이 보았고,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도 시큰둥하여 나 역시 별 기대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그렇게 수많은 악평을 보고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감독의 전작에 대한 믿음도 어느 정도 있었다(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에 내가 그리 열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직접 보고 난 지금은, 그렇게 혹평만 들을만한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다. 물론 대사는 문어체와 구어체가 어색하게 충돌하기도 하고, 인물들 간의 드라마를 만들어주기 위한 묘사는 얕고 식상하며, 심히 오글거릴 때가 많았지만(SF적인 요소는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으니까), 여러 인물들 간의 툭탁거리는 액션이나 특수효과 등은 볼만했던 것이다. 때로 <전우치>의 다른 버전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길지는 알 수 없다. 이미 2부까지 찍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2부는 좀 더 나을지 모르겠다.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인물들의 액션과 특수효과에 주목하며 나름 영화를 즐겼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그 정도면 볼만하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
영화 초반 무륵(류준열)이 사람들에게 물안개를 잡아본 적 있느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그냥 우스갯소리겠거니 하며 심상히 넘겼는데, 영화가 끝나고 제일 먼저 그 말이 생각났다. 나, 생각보다 물안개를 좋아했던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