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때로 어떤 종류의 꿈은 서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시월의숲 2023. 3. 31. 19:24

그동안 밀린 잠을 갚겠다는 듯 가열차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상하게 몸이 나른하고 정신은 멍하다. 꿈을 꾼 것도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꿈속에서 어떤 문장들이 떠올랐는데 그 역시 깨어남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오로지 어떤 것들을 떠올렸다는 느낌, 그리고 빠르게 사라져버렸다는 느낌만이 남아있다. 이것이 잠의 찌꺼기 혹은 꿈의 앙금인가? 사라져 버린 꿈들 사이로 문득 하루의 기억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하루를 기억하기 위해 사소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 반대거나. 하지만 꿈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깨고 나면 사라져 버리는 그 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것은 불가능한 꿈인가? 꿈속에서 겪은 이야기나 떠오른 문장들은 그저 꿈결처럼 흘려버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좋든 싫든?
 
하지만 나는 그곳에 살며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흘려버렸던 꿈속의 모든 풍경들을 나 대신 그려 보이고 나는 그것을 읽고 다시 그 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때로 어떤 종류의 꿈은 서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마치 <비몽>이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같은 영화에서처럼, 어떤 식으로든. 내가 그 꿈을 읽을 때, 꿈은 내게로 흘러들어오고 나는 그것을 처음 읽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가?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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