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사람의 죽음은 파장이 커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사람의 죽음은 어떠할까. 그 죽음은 무엇이며, 어떤 풍경일까.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한 사람과 그의 인생이라는 것은.
얼마 전에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 공교롭게도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사람과 아무도 알지 못한 자의 죽음이란 무엇인지.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잊힌다는 것은 무엇인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떠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할(것만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끝내 잊힐 존재들이 아닐까? 문제는 언제나 시간인 것이다. 시간 앞에서 우리들은 모두 어쩔수 없는 존재들이 아닐지.
아, 이러다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 그저 그의 음악을 듣는 수밖에. 음악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를 어루만지지 않는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무언가를 남겼든 남기지 않았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죽음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을 간직한 모든 존재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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