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나는 끝내 나의 일부를

시월의숲 2023. 3. 30. 23:31

나는 쉬는 날의 거의 대부분을 집에서 혼자 보내고, 그것이 내게 가장 행복감을 주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일단 만나기 전까지 나는 수천 번의 후회(만나자는 약속에 대한)와 수천 번의 아쉬움(혼자 보내지 못하는 휴일에 대한)으로 몸을 떨어야 한다. 나의 주말이, 나의 유일한 휴일이 또 이렇게 사라져 버리는구나 한탄하면서. 내게 있어 혼자 보내는 주말은 일주일간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처방약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을 좋아하고 주말에만 볼 수 있음을 나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수천 번의 후회와 아쉬움 끝에 가까스로 다다른 각오. 그리하여 나는 끝내 나의 일부를 포기한다. 그들과의 대화가 때로 즐겁다는 것은 삶이 내게 주는 형벌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