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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작고 동글동글한 자갈이 있는 바다에 다녀왔다. 내 그림자와 함께. 아니, 지나가다 즉흥적으로 멈춘 바다에서 자갈을 보았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자갈이 예뻐서 색깔별로 몇 개 주워 집에 가져왔다. 화분 위에 놓아둘 생각으로 들고 왔는데, 그냥 유리컵에 담아 두었다. 유리컵에 담긴 색색의 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바다의 한 부분을 집에 가져다 놓은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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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고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만 하는 걸까. 늘 그렇듯, 바다는 말이 없고, 우리들은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문득 저 파도의 하얀 포말처럼 산산히 부서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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