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당신이 인정하지 않았던 당신의 일부

시월의숲 2023. 5. 1. 22:28

당신이 바랐던 것은 눈앞의 이득이었지. 그것을 위해 당신은 당신의 일부를 내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당신이 원하는 것을 받아 든 지금, 당신은 혼란스럽다.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당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아. 당신은 나직이 말했지만, 나는 당신이 중얼거리듯 내뱉는 말투에 어린 미묘한 망설임과 떨림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은 이제 인정해야만 한다. 당신이 얻은 것에 대한 대가를. 그 대가의 무게를. 얄팍한 이득만을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아 하기에 당신의 얼굴은 아직 그리 두껍지 않기에. 당신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신이 인정하지 않았던 당신의 일부.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만 하는 낙인 같은 것. 그렇게 우리들은 누구나 시한폭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말해졌기에 더 이상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