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꿈의 불안, 불안의 꿈

시월의숲 2023. 5. 6. 17:12

불쾌한 꿈을 꾸었다. 혹은 불안한 꿈이라고 해야 할까? 악몽이라기보다는 옅은 잠의 장막 위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의 꿈이었다. 뭐랄까, 자는 동안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해야 할까. 아니, 꿈이라고 하기에도 석연찮다. 꿈이란 분절된 어떤 영상과도 같을 텐데, 나는 특정되거나 혹은 불특정 된 장면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어떤 불쾌하고도 음습한 감정의 덩어리를 느꼈던 것이다. 그것이 계속 내 잠을 방해했다. 정확히는 자면서 불쾌하고도 불안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었다는 게 맞는 말이리라.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지만, 잠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그 불안함은 떨쳐지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가. 나는 그것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저번 주에 업무상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불쾌하고도 불안함의 정체가 이것이었구나. 나는 내 실수를 발견하고는 다시 상대에게 정정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것이 받아들여질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요즘 들어 잦은 실수에 나 자신이 점차 싫어지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내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자꾸 다른 실수들이 나올까 봐 더 불안해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지. 이미 내 영혼은 불안에 잠식당했다. 내 몸의 특정 부위가 이유 없이 자꾸 아픈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리라. 잠을 도피처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