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시월의숲 2023. 5. 5. 16:08

 

무엇이든지 마지막이라는 것은 많든 적든 어떤 슬픔을 내재하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그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그랬다. 물론 마블 영화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며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 안에서 각 캐릭터들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것은 존재하므로, 그 시리즈의 영화들을 보면 볼수록 역시 조금은 슬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가 그저 단 한 편일 경우에는 크게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세계관 속 각각의 이야기들이 시리즈로 만들어질수록 우리는 오랜 시간 영화 속 캐릭터들과 함께 커가면서 그것을 지켜보게 된다. 물론 모든 시리즈의 영화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영화는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이므로, 내가 그것에 애착을 가지는 만큼 영화가 특별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았다. 삼부작의 마지막으로써 일말의 손색이 없는 영화였다. 나는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주책없이 눈물이 나와서 혼났으며,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무려 2014년에 개봉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을 볼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때 나는 이 영화가 무척 낯설었고, 그건 내가 마블 코믹스를 잘 모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2편도 그렇고 3편까지, 나 스스로 영화관에 찾아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래도 퀼과 가모라가 다시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말이다.

 

영화 특유의 경쾌함은 여전했으나 감정의 깊이는 한층 더 깊어졌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았다. 물론 이전 영화들에도 충분히 느꼈던 것들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더욱 선명하고 뭉클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우리는 친구가 되는가. 친구란 무엇인가. 우리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가. 우리를 위선적 혹은 위악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일까, 등등. 3편에서 내가 강하게 느꼈던 것은 우리들은 모두 자신만의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켓의 과거를 둘러싼 그 모든 일들, 그로 인해 촉발되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모두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가. 영화의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서 나는 그들이 선택한 삶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살아나가기를. 그것은 비단 그들에게만 하는 바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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