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전도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아, 이렇게 말하면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가 나온 영화를 모두 찾아서 볼만큼 그녀의 열렬한 팬은 아니니까. 그럼 이렇게 말해야 할까? 전도연이 중학생의 엄마이자 전문 킬러역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어찌 안 볼 수 있단 말인가? 포스터마저 멋진데!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액션이 많고 화려하긴 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은 합이 잘 짜인 쿵푸를 볼 때의 그것이 아니라 난장 액션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불협화음을 듣는 것 같은, 현실적인 액션을 볼 때의 즉흥적인 재미가 있다. 하긴 청부살인업자의 싸움 기술이 과시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극 중 길복순은 말한다. "양손 쓰는 건 좋은데 액션에 토를 너무 많이 달았네." 그래, 액션에 토를 너무 많이 달 필요는 없지.
배경이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스타일리시함이 있다. 어둡고, 화려한 색감에, 눈이 흩날리고, 조명은 적절히 등장인물들을 비춘다. 거기에 중학생 자녀를 둔 싱글맘이자 S급 킬러인 길복순이 있다. 주인공은 엄마이자 킬러의 역할을 모두 다 해낼 수 있을까? 딸은 이제 중학생이고, 그 말인 즉, 세상 고민은 혼자 짊어진,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폭탄을 키우고 있다는 뜻인데.
이 영화의 포인트가 바로 거기 있지 싶다. 모순적인 인간이라는 것. 딸이 담배 피우는 것을 알아챈 길복순이 딸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자 딸이 말한다. "무단횡단하면서 교통질서 잘 지키라고 하면, 그게 설득력도 있겠다 그치?" 그리고 길복순은 이런 말도 한다. "참 모순이야. 이런 일 하면서 엄마라는 게." 그러니까 길복순은 모순적인 인간의 상징이라는 것. 그리고 영화는 그런 인간의 모순을 좀 더 설득력 있게 그려보고자 한다.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 또 인간이라고. 어쩌면 이건 쓸데없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엄마와 킬러라는 상반되는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한 전도연의 연기 자체일지도 모르는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약자가 된다는 것. 더 많이 사랑한다는 그 사실이 곧 약점이 된다는 것. 하지만 그 약점으로 인해 그는 더 강해질 수 있으니, 영화의 마지막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봄날은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0) | 2023.05.09 |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0) | 2023.05.05 |
너의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어(더 글로리 파트2) (0) | 2023.03.19 |
놉(NOPE) (0) | 2023.03.04 |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0) | 2023.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