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시월의숲 2023. 5. 9. 22:40

 

"삶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 영원한 삶에는 영원한 고통이 따르게 돼 있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매번 조금씩 지치긴 하는데 이번엔 돌아가자마자 아빠 보러 집에 갈 거예요."

"그런데, 피노키오, 아버지를 다시 못 보면 어쩌지?"

"다시 만날 거예요. 못 만날 리가 없잖아요."

"넌 영원히 살겠지만, 네 친구들과 사랑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거든. 그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는 마지막이 되어 봐야 알지."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보았다. 이렇게 슬플 줄 알았더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았다면 더욱 후회했을(좀 이상한 말 같지만 어쨌든), 그런 영화. 피노키오는 그 누구도 아닌 피노키오. 피노키오로 인해 우리는 또 한 번 우리네 삶의 공공연한 비밀을 깨닫게 된다. 잠시뿐일지라도. 하지만 강렬하게.

 

 

*

그러나 저러나 이제는 이렇게 슬픈 영화는 점차 보기 힘들어진다. 슬픔을 감당하는 힘이 점차 옅어지는 느낌. 나이가 든다는 뜻일까? 이상하지. 나이가 들면 슬픔이나 기쁨 등의 감정에 더욱 초연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정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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