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듀나,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퍼플레인, 2022.

시월의숲 2023. 6. 5. 21:27

내 생각에 세상 물정을 충분히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 거 같아. 다들 각자 자기 우물 속에서 사는 거야. 어떤 우물은 다른 우물보다 조금 크겠지만.(45~46쪽,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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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영화가 오래전에 사라진 호텔의 유령 속에 거주하는 역사의 유령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매혹적이었고 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93쪽,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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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뭘 믿냐고요? 비행접시를 타고 온 어느 친절한 외계인이 언니를 발견하고 이 더러운 나라에서 구출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쯤 안드로메다 성운 어딘가에서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며 온갖 신나는 모함을 하고 있고 지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겠지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잖습니까."

"원래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건 다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신 감독. 내세라던가, 신이라던가, 위대한 국부 이승만이라던가."(213쪽, 「누가 춘배를 죽였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