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유디트 헤르만, 《레티파크》, 마라카스, 2023.

시월의숲 2024. 7. 7. 20:51

평범한 동시에 낯선 삶의 광경은, 내가 기억하기로, 『레티파크』 속 이야기들에 영향을 주었다. 의식한 것은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다채롭고 수수께끼 같은 의미가 실린 타인들의 일상이 말이다. 당신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가 글에 자취를 남기고, 그 자취는 나중에야,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눈에 띈다, 늘 그렇다.(7~8쪽, '레티파크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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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어떤 예감들이 우리를 엄습한다. 우리 등 뒤에 누가 서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몸을 돌리면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에 꾼 어떤 꿈들은 하루 종일 당신을 따라다닌다. 낮의 빛은 그 꿈들을 쫓아낼 수 없다.(9쪽, '레티파크에 대하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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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의 어머니는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사람이 부서진 마음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산 증거였고,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20쪽, 「석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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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속에서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을 하고 있어.(71쪽, 「레티파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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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트롱은 헨리에게 말했다. 그는 저 위에 자기의 무언가를 두고 와야만 했다고. 그는 영원히 자기 자신의 발자국 안에서 이리저리 배회할 유령이라고, 그는 달에 있는 남자라고.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부터 우리도 그렇다고.(86쪽, 「증인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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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어.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아냐. 하지만 이미 있는 걸 가지고 다른 걸 만든다? 글쎄, 그건 안 돼. 새미랑 루크를 봐.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99쪽, 「종이비행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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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는 헤어질 때 셀마에게 말했다. 당신은 선을 긋는 법을 배웠어요. 마르코비치와 함께하면서 당신은 어디가 당신의 선인지를 영원히 배웠어요.(123쪽, 「포플러 꽃가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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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는 포플러 꽃가루가 있던 그날 밤을 이따금 생각한다. 자연 발화라는 말, 그 전문 용어를 생각한다. 그녀는 사랑이란 자연 발화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 또한 영속적인 것은 아니고, 그녀는 그 생각을 다시 버린다.(124쪽,

「포플러 꽃가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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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들이 경계에 이르렀음을,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본다. 이 분기점에서 그는 놀랍게도 또다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를 받을 것이다. 비록 그는 진실을 말했지만.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이유에서.(158쪽, 「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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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속에서의 출발, 추위, 이제 막 밝아 오는 하늘에서 희미해지는 별들을.(165쪽,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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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쉼 없이 그리고 내일은 없는 것처럼 말한다. 그는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삶이 그를 위해 생각해 낸 이해할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말하는데, 그는 그 모든 걸 이야기해야 하고 그 와중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나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며 나 또한 나름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도 언젠가 혹 내가 이야기하고 싶을지 모를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이다.(201쪽, 「귀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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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문장 하나하나는 모두 심연이라고. 이렇게 말할까, 아니면 다르게 말할까, 아니면 그냥 아예 말하지 않는 게 상책일까. 청회색? 아님 회청색. 나는 모든 말을 저울판에 올려야 할뿐만 아니라 모든 음절을 저울판에 올려야 할 것이다, 철자 하나하나를, 말하기 위해 내가 쉬어야 하는 호흡을, 생각할 수 있기 위해 내게 필요한 잠을. 이 생은 돌연 다시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가.(216~217쪽, 「교차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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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가 방 안에 남기고 간 묘한 진동, 특별한 분위기, 이것을 쓴 것이 헤르만의 글이다. "모든 이야기는 유령에 대해 이야기한다."(247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