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고리

변하지 않는 것

시월의숲 2026. 4. 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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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꽃을 보러 와서 사람들에 치여 다니기보다, 벚꽃이 지고 난 뒤의 비교적 한산한 지금이 더 좋네요."

 

우리는 그때 하회마을에 있는 벚나무 길을 걷고 있었다. 내가 말하자 아버지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으면 좋지."

 

"사람들이 많으면 벚꽃을 보러 온 건지, 사람을 보러 온 건지 헷갈리지 않겠어요? 이런 곳은 사람이 아니라 벚꽃이나, 고즈넉한 풍경과 문화유산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여기는 변화가 없잖니."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 변화 없음을 보러 오는 거죠. 특히 이런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마을을 보러 온다는 건. 나는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새로워요. 올수록 더 좋아지는 곳이기도 하고요"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아버지는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니까. 나는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복기하면서 내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변화가 없기 때문에, 변화 없음을 보러 오는 거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조금만 들여다보면 늘 한결같아 보이는 것도 결코 한결같지는 않다. 늘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매번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결코 같지 않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자연이 가진 변화의 속도를 우리 인간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뿐. 매 순간이 변화의 순간이라는 걸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일 뿐. 하지만 인간의 시간 속에서 저 커다란 나무와, 돌담, 초가집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과 그 아래를 흐르는 냇물이 영원하리라고 믿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찰나에 지나지 않는 인간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