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고리

오월의 햇살이 우리를 감싸고

시월의숲 2026. 5. 1. 22:28

 
 
*
오월의 첫날. 처음으로 쉬는 노동절이자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날.
 
 
*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하얀 꽃가루, 송홧가루, 민들레 홑씨 같은 것들이 무수히 우리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약간의 더위를 식혀 주었다.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만이 어딘가를 다녀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우리는 날씨의 세례를 받으며, 사람들로 가득한(하지만 초록으로 가득하기도 한) 축제장을 제법 많이 걸어 다녔다. 
 
 
*
예전에는 아버지에게 좀 천천히 가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내 뒤에서 아버지가 천천히 따라오는 것을 본다. 예나 지금이나 발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내가 천천히 가기보다는 숨이 차더라도 쫓아가는 편이 더 낫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월의 햇살은 우리를 감싸고.

'토성의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숲의 기억  (0) 2026.05.05
소란스러운 침묵으로 가득한 바다에서  (0) 2026.05.04
아름다운 것들  (0) 2026.04.28
변하지 않는 것  (0) 2026.04.12
그것이 왜 그토록 특별한 일이 되는 것일까?  (1)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