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겨울숲은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 물기 없는 마른 가지들과 종잇장처럼 마른 이파리들이 서로 부대끼며 내는 소리. 하루종일 모니터만 노려보다가 오후에 잠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숲의 소리를 듣는다. 감았던 눈을 뜨고 저 멀리 산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구나. 그렇게 서서 겨울을 바라보고 있구나. 그래, 나는 살아 있구나. 뜨겁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어느푸른저녁 2025.01.15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았구나 핸드폰을 보다가 문득 오래전에 받은 문자나 카톡을 정리할 때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당시에는 필요에 의해서 주고받았을,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오고 싶어서랄까. 그런데 이상하지, 지난 문자들을 볼수록 쓸쓸해지는 건. 나는 지금껏 너무 많은 것들을 쉽게 잊고 살았구나, 쉽게 놓치고 살았구나 싶어서. 누군가의 결혼과 부고 소식들, 오래 만났던 모임의 파기를 알리는 소식들, 안부를 묻는 소식들을 너무 모른 채로 지나쳐왔구나 싶어서. 어쩔 수 없었을 테지만, 이 쓸쓸함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내게 남겨진 고립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리라. 어느푸른저녁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