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한 달만 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달을 좀 다르게 사는 것

시월의숲 2025. 6. 9. 13:29

'포르투 한 달 살기'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영상의 주인공은 퇴사 후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도 한 달, 바르셀로나에서도 한 달, 포르투에서도 한 달, 이런 식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으로 보였다. 가장 최근 영상이 포르투에서 한 달 살기였는데, 나 역시 몇 년 전 포르투갈 리스본에 다녀온 기억이 있어서 꽤 흥미롭게 보았다. 물론 리스본과 포르투는 다른 도시이지만 같은 포르투갈이라는 점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리스본은 페르난두 페소아의 도시이고, 그래서 리스본이,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특별하게 다가왔듯이. 
 
영상은 처음 포르투에 도착하여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는 여정부터 시작을 한다. 일단 숙소를 보여주고, 포르투의 거리 풍경과 건물들을 보여주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식당을 가서 음식을 먹고, 강가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 속 풍경은 이국적이고, 평화로우며 그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여유를 한껏 부리며 포르투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나는 낯선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들에 매료되어 그들의 생활이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거리를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과 가게의 상인들을 보면서, 그 속에서도 분명 존재할 일상에 대해서 생각했다. 영상을 찍은 이들의 일상은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것. 혹은 치열하게 산 자신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나라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 그러니까 내가 부러웠던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어느 나라든 각자의 삶, 틀에 박힌 일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다른 방식으로, 다른 시선으로 삶을 살아볼 수도 있다는 것. 삶을 즐긴다는 것. 그것이 내가 그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 영상은 삶의 아름다운 일면만을 담고 있지만, 삶에는 그런 아름다운 순간도 분명 존재하므로. 여유로워 보이는 삶일지라도, 그 속에는 분명 영상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변수, 스트레스와 당혹감과 불쾌함 때로는 고통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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