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 배용제 노을 - 배용제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해가 질 때 지상의 먼지들이 붉게 타오르는 건 아직 뜨거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멸을 위한 춤이 아니다 무거운 형체를 꺼내놓고 잠시 한때의 가벼움을 향하여 제사를 올리는 것, 환생의 사원에 들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우주에서 사라지는 것은 없다,.. 질투는나의힘 2005.02.27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 이철성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 이철성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다. 깊은 곳에 웅크린 외로움 외로움이 독을 마신다. 그리고 의식을 잃는다. 가난한 흰 들판에 뚝, 뚝, 저녁 핏물이 든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자 사람들은 사랑이 떠나갔다고 했다. 소리 소문 없이 그것.. 질투는나의힘 2005.02.08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 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질투는나의힘 2005.02.08
고모 - 박철 고모 - 박철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염할 때 사람들 헤치고 내 손 끌어다가 할아버지 찬 손에 어린 손 쥐어주던 고모 얘 병 좀 가져가요 그 덕인지 파랑파랑하면서도 삼십 년을 더 살았다 그 고모 돌아가시기 사흘 전 다시 내 손 잡고 내가 가다 네 병 저 행주강에 띄우고 가마 나는 이제 삼십 년 또 벌었.. 질투는나의힘 2005.02.08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 질투는나의힘 2005.01.23
갈대 - 신경림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조용한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 질투는나의힘 200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