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펀치 드렁크 러브

시월의숲 2005. 3. 16. 13:39

 '매그놀리아', '부기나이트'의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의 최근작 '펀치드렁크러브'를 보았습니다. 저는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딱히 로멘틱한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끌리는 제목 때문에 보게 되었죠.(저는 때론 아무 생각없이 제목만 보고 영화를 고른답니다.ㅜㅠ) 

영화의 주인공인 배리(아담 샌들러)는 자그마치 일곱명의 누나들에게 둘러싸여 유년 시절을 보낸, 아직까지 여자친구 하나 없는 소심하고 순진한 남자입니다. 그의 유일한 낙은 푸딩에 붙어있는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이죠. 그런 그에게 레나(애밀리 왓슨)라는 여자가 나타나고 레나는 배리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배리는 레나를 만나기 전 생전 처음으로 시도한 폰섹스 때문에 곤욕을 치룹니다. 그 업체는 폰섹스를 가장해서 돈을 뜯어내려는 파렴치한 놈들이었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지 않을래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건 바로 사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인공 배리가 레나를 차에 태우고 오는 도중 폰섹스 업체의 건달들에게 차를 들이 받힙니다. 그때 레나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보고 배리는 격분해 건달들을 일격에 해치우죠. 전에 그 건달들을 만났을때는 아무런 말없이 돈이나 뺏기고 도망이나 갔던 배리가 말입니다.

 

그게 사랑의 힘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배리도 폰섹스 업체의 사장에게 찾아가 자신은 당신이 가지지 못한 사랑의 힘이 있다고 말합니다. 사랑에 대한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 대사를 보고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주인공의 순진하고(순진함은 어떤 면에서는 폭력적이지 않을까요?) 억눌린 성격을 생각하면 저런 말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은 주인공의 어리숙하지만 순진한 성격과, 버려진 피아노를 가져다 놓는 행위에서 보이는 따스함과, 모든 것을 레나에게 말하는 정직성이 그에게 사랑을 가져다 줍니다. 

이 영화에서 자칫 진부해 보일수 있는 내용을 무마시키는 것은 바로 배우들인 것 같습니다.(다른 영화도 그렇겠지만 특히 로멘틱한 사랑이야기에는 주인공들의 캐스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한 주제를 이야기 하자면 배우들이 가진 개개인의 독특한 매력이 중요한 부분 차지하지 않을까요?) 
그리 잘 생기지 않은 배우 아담 샌들러는 많은 누나들에게 치여 기죽어 지내는 소심하고 어떤면에서는 바보스럽기까지 한 남자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 해내면서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리고 '레드드레곤'에서 조연으로 나온 애밀리 왓슨(장님 연기가 인상적이었죠!)의 깜찍한 외모(비록 눈가의 주름이 보이기도 하지만...)와 튀지 않는 연기도 아담 샌들러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