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의 자서전》, 열린책들, 2006.

시월의숲 2008. 4. 22. 21:48

내 배고픔을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해두자. 음식에 대한 배고픔일뿐이었다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게 있을까? 음식에만 배고픈 게? 보다 광범위한 배고픔의 징표가 아닌, 단순한 밥통의 배고픔이라는 게 있을까? 배고픔, 나는 이것을 존재 전체의 끔찍한 결핍, 옥죄는  공허함이라 생각한다. 유토피아적 충만함에 대한 갈망이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하는, 그런 현실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이다.(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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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이 작가의 문체를 분석하시오>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는 물론 기억하고 있다. <이 시는 아주 잘 쓴 시다, 이 모음의 경우 시 전체에서 네 번 나오거든>등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이런 식의 해부는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가 제3자에게 애인의 매력을 조목조목 따져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지겨운 일이다. 문학적 아름다움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문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한 일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마치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자기 애인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혼자 저절로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지 않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경험이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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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함은 글쓰기를 위한 풍부한 자양분이 된다.(201쪽)

 

 

 

-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의 자서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