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컴퓨터를 켜고 앉아 있는 것은

시월의숲 2008. 4. 28. 23:16

쓸데없이 인터넷을 들락거린다.

한 번 인터넷에 들어와 이것 저것 보다보면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것도 습관이다.

내가 컴퓨터를 켜고 앉아 있는 것은

인터넷만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글창을 띄워놓고 어떻게든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가기 위해서이다.

무언가를 한없이 지껄이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한없이 비웃고, 깔아뭉개고, 짓밟고, 욕하고 싶어서다

은밀한 반역, 배신, 혁명, 모반, 도주를 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끝내 그것들을 일정한 형상으로 빚어내고 싶어서다

그런데, 그런데도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꼴이라니.

아, 한심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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