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시월의숲 2009. 8. 4. 21:26

2007년 가을호 작가세계 '배수아 특집'을 읽고 있다. 맨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인터넷 사이트에서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넣어 놓았었는데, 그 이후 잊고 있다가 그만 절판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얼마간 상심에 젖어 있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2009년 여름, 우연히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건 정말 우연이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작년에 나온 책도 아니고 제작년에 나온 책이 거짓말처럼 내 손에 들어오게 되다니. 우연이라고는 했지만, 그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내가 왜 배수아를, 정확히 말해 배수아의 소설에 매료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맨 처음 그녀의 <랩소디인블루>를 읽고 든 느낌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는 점인데, 이 혼란스러움이 나를 끌어당긴 것일까? 그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녀의 소설도 변해갔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의 소설을 찾아서 읽는다. 작가세계에 실린 그녀의 중편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의 내용의 갈피를 잡는데 애를 먹으면서도. 그녀는 예전보다 말이 많아졌고, 그 말은 의식의 흐름처럼, 생각의 연상작용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립의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글 속의 인물들이 모두 자신이 가진 문의 빗장을 굳게 걸어잠근 모습이다. 그 모습이 처량하다기보다는 묘한 슬픔과 그 슬픔을 넘어선 무감(無感)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언가를 갈구하나 얻지 못하고,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단념해야하는 사람들. 이 깊고 어두우며 습기찬 긴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나는 그녀가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그녀가 추구하는 고립이 죽음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조금의 숨 쉴 공간은 남겨두기를. 이건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또한 이는 그녀에게 향해있는 수많은 오해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이 모든 일상적인 것들을 낯설게 표현하는 그녀만의 언어. 내가 바라는 것과는 별개로 이것이 내가 배수아를 아직까지 놓지 못하는 이유인가? 고립되기를 원하는 마음과 고립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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