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수없이 비슷한 사람들

시월의숲 2009. 8. 3. 15:29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었다. 바다와 면해있는 이곳도 피서객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산과 바다, 계곡은 여름이면 사람들로 인해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휴가를 비교적 일찍 다녀온 나는, 부쩍 많아진 사람들과 그들이 뿜어내는 들뜬 열기(이 여름날보다도 더 뜨거운 듯한)가 새삼 낯설고 어색하다. 아직은 그렇게 뜨거운 날씨가 아니어서일까?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해운대의 그 수많은 인파들(그냥 화면을 바라보기만 해도 숨을 쉬기 곤란할 정도의 혼돈!)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병적인 징후마저 느껴진다. 또 계곡마다 들어차 있는 사람들과 차들은 과자 부스러기에 붙어있는 수많은 개미떼들을 연상시킨다. 아, 자연에 있어 인간들이란 얼마나 하찮고 징그러운 존재들인지. 이렇게 생각하는 나 또한 그들중의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혼자 고결한 척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는 것을. 다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목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으로, 비슷한 음식을 싸가지고, 비슷한 휴식을 취하러 간다는 사실에 새삼 진저리가 날 뿐. 너와 내가 아니라 그냥 피서객일 뿐인 사람들. 인간들이 모두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때가 바로 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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