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영화관에서 본 영화이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본 이후 처음이려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은 내게 있어 참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가끔씩 아무 생각없이 영화관에 가서 두 세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영화가 볼만한 영화였거나, 무척 보고 싶은 영화였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이번에 본 <국가대표>는 전자에 해당했다. 보고 싶어서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보고 나서는 나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다 고만고만한 영화들이겠지만.
이 영화를 특징지우는 것은 바로 스키점프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그래서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동계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 할 때나 잠시 볼 수 있는 스키점프와 그것에 목을 메는 다섯 명의 국가대표들. 그들이 실제로 메달까지 땄다면, 영화를 직접 보지 않아도 무슨 드라마가 펼쳐질지 쉬이 짐작이 가지 않겠는가? 나는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다섯 명의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이 그렇게 많은 메달을 땄었는지, 영화를 보고나서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게 다다. 영화는 소재의 독특함을 익숙하고 뻔한 드라마로 버무려, 뻔한 스토리와 뻔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뻔한 감동을 느끼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뻔한 것은 주로 뻔하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기 위해 처음부터 준비된 이 이야기는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 기어코 사람들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든다. 그것이 유치하고, 감상적이며, 지나치게 늘어진다고 해도. 영화 초반, 입양아를 연기하는 하정우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 또한 접어두고서라도.
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원에서 눈을 타고 미끄러져내려오는 인간새의 비상! 아마도 이 뜨거운 여름, 그 장면 하나에 낚여(?)서 극장을 찾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떠리.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공한 것이리라. 감독의 계산이 너무 뻔하게 보인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아, 캐릭터에 대해서 한마디. 국가대표라지만 참 찌질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인물과 극중 인물이 얼마나 닮았는지 모르겠지만(영화에서는 찌질한 인생의 인간승리를 보여주기 위해 과장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어쨌든, 참으로 사는게 힘든 인물들이다. 하긴, 그 찌질함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