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죽음의 파장

시월의숲 2009. 8. 19. 21:23

1.

올해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특히나 역사에 남을만한 사람들의 죽음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어제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일생을 간략하게 다룬 텔레비전 특별방송을 보았다. 그의 일생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측면에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삶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지만, 불의에의 저항은 더 처절하였고, 삶의 굴곡은 더욱 깊어 보였다. 그래서 화면을 통해 바라본 생전의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올해는 숭례문의 화재사건과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포함하여 우리가 추구해야할 어떤 가치의 상징이 연이어 사라져버린 안타까운 해로 기억될 것이다. 남은 몇 달 동안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2.

역사적 인물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뭐랄까, 일상적인 안타까움 혹은 비통함과는 별개로 일종의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살아있을 때도 별 실감이 나지 않던 그들이었기에 그런 것일까? 과거가 되어버린 그들, 이젠 우리네 마음 속에, 역사책 속에 영원히 존재할(지도 모를) 그들. 그들의 삶과 사상과 행동이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지금의 내 삶에 조금이나마,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비로소 믿을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말 대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란 그런 것인가? 내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들, 사회, 정치, 민주주의, 독재, 억압 같은 단어들이 특정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불현듯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3.

특정 정치적 성향을 떠나, 고 김대중 전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추구했던 민주주의라는 것이 지금 이 땅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에 이르는 병  (0) 2009.08.26
비극적인 낭만, 낭만적인 비극  (0) 2009.08.21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 것인지  (0) 2009.08.17
어느 곳에도 있지만, 아무 곳에도 없는  (0) 2009.08.10
  (0) 200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