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쿨한 인간

시월의숲 2009. 9. 9. 23:53

1.

잠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고파서, 아침에 먹다 남긴 샌드위치를 먹고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잠이 오면 그냥 자면 될 터인데, 뭐가 아쉬워서 인터넷이나 하면서 이렇게 밍기적거리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분명 배가 고프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일차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 것이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2.

무엇이든지 오래, 자주하면 그것에 대한 일정한 패턴이 생겨나듯, 인터넷도 그런 것 같다. 처음 접속을 하고 들어가 보는 곳과 그 다음 들어가보는 곳, 그리고 생각나면 들어가보는 곳과 우연히 들어가 보는 곳. 오늘도 나는 맨처음 메일을 확인하고, 카페에 들어갔다가, 블로그에 들어와 본 다음(내 글 외에 다른 글이 올라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뉴스를 훑어보고, 즐겨찾기 해놓은 블로그를 순서대로 차례차례 들어가본다. 물론 그 블로그에 내가 댓글을 남기는 경우는 없다. 그저 몰래 훔쳐보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과 분야와 취향의 사람들이 올려놓은 글을 읽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물론 그 글이 내 취향에 어느정도 맞아야 한다. 취향에 맞지 않는 재미없는 글을 눈 아프게 모니터를 노려보며 읽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들의 글은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정서는 한마디로 말해 'so cool'이다. 글을 잘 쓰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두들 저마다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문화적 기호들을 그저 쿨하게 내뱉는 것이다. 누군가는 무척이나 현학적으로, 또 누군가는 익살스럽게, 또다른 누군가는 음습하고 처절하게. 아니 그런데, 쿨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거침없음? 잘난척하는 태도? 속물적인 가벼움, 혹은 우아하고 세련됨? 그 모든 것?

 

 

3.

잠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밤이 아까워서 자꾸 깨어있으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의 찌질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한심하고, 나태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는, 그저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하여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려고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싫어서. 그러나 깨어만 있으면 무엇 하는가? 깨어있는 정신으로 뭐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아... 또 영양가 없는 자학이 시작되려 한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그냥 자는 편이 내일을 위해 더 좋은 일일 것이다. 나도 이런 징징대는 글 따위는 쓰지 않는, '쿨'한 인간이면 좋을텐데. 아, 더이상 횡설수설 하지 말고 이젠 정말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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