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늘 행복하기를

시월의숲 2009. 12. 10. 21:27

하루종일 흐린 날씨에, 간간히 비가 흩뿌렸고, 밤이 되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그렇게 춥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은근히 살갖을 파고드는 추위에 몸이 떨렸다. 눈이 오기를 바랐는데 비가 오다니.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눈을 맞고 싶었는데 말이다. 오늘 오후에는 신혼여행을 갔다 온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생의 전화를 받으려고 할 때마다 일이 생겨서 몇 번이나 끊고 다시 전화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결혼식 할 때 눈물을 흘리던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체사진 말고 나와 단 둘이 찍은 사진이 없다고 못내 아쉬워하던 동생에게, 사진이 뭐 대수냐, 그런건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 전화상으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는 조금 지친듯 느껴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밝고 생기가 있었다. 토요일날 보자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동생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사랑하는 반려자와 함께.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니, 현실적으로 늘 행복할 수는 없고, 진정으로 행복할 때는 그것이 행복임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기를. 너는 그럴 자격이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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