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계절이 바뀌는 하늘에는

시월의숲 2010. 2. 26. 22:33

1.

계절이 또 바뀌려나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목이 좀 아프더니 오후가 되니까 미열까지 일었다. 어제보다 기온이 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척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사무실에 히터를 틀어놓고도 으슬으슬 추워서 외투를 입고 있어야 했다. 감기가 오려나? 환절기만 되면 내 몸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체질을 바꾸는가보다. 이제껏 겨울에 맞춰졌던 몸이 봄에 맞춰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처럼. 남들은 그런 거 없이도 계절에 상관없이, 날씨에 상관없이 씩씩하게 잘 지내던데, 그렇다면 이건 내가 약하다는 증거일까? 아, 괴로운 날들이여 안녕이면 좋으련만.

 

 

2.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으로 온나라가 들썩인 하루였다. 나도 점심을 먹고나서 사무실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경기 장면을 봤는데, 여자 해설자의 말처럼 나또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무려 점수가! 상대적으로 아사다 마오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로 위협적이고, 상징적이며, 위대한 점수였다. 텔레비전에는 온통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과 연기장면, 인터뷰 등이 흘러나왔다. 나도 오늘 하루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좋았다. 하지만 상대 선수가 넘어지길 바라거나, 일본 선수이기 때문에 아무 이유없이 욕을 하는(장난으로라도) 사람들의 모습은 과히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김연아 뿐만 아니라 피겨 경기에 나온 모든 선수들이 깨끗이 점프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메달의 색깔에 상관없이,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는 선수를 보기를 바랐다. 금메달을 따면 물론 좋겠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도 충분히 좋지 아니한가? 스포츠 정신이란 별게 아닐 것이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딸지라도 충분히 기뻐하고 또 기뻐해줄 수 있는 여유와 정신, 그게 바로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 결국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기에.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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