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이사의 번거로움

시월의숲 2010. 3. 8. 22:38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사글세 방의 계약 기간이 몇 달 남아서 사람을 구하고 있긴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역의 인터넷 신문에 사글세 방 있다는 공고를 내고 난 후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들 방을 직접 볼 생각은 하지 않고 몇 가지 물어보더니 이건 아니라는듯 그냥 끊어버렸다. 그러다 오늘 직접 방을 보러 온 사람이 있어서 보여주었는데, 그리 신통치 않다. 하긴 화장실도 바깥에 있고, 샤워를 하기에도 불편하니 그럴만도 하다. 방값이 좀 싸다는 것과 방이 다른 곳에 비해서 좀 크다는 것 외에는 그리 내세울만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아니, 그런데 내가 이런 곳에서 거의 이 년 가까이 생활해 왔다는 말인가! 하긴 나는 처음 이 방에 들어올 때 단지 혼자서 생활한다는 사실 자체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생활하는데 발생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활해왔던 것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곳에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좀 더 나은 방을 구할 것인가는 물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 내 의지로 들어왔고(어쩌면 다른 방을 알아보러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 방에 눌러앉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금껏 생활해 왔다. 분명 더 나은 곳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방을 내놓고 다른 곳(분명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가려니 왠지 사서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이사를 가려는 곳은 지금 내가 있는 이 방보다 훨씬 더 좋고, 방세도 없으나(이것이 가장 큰 결정요인이었다) 직장과의 거리가 먼 것이다. 차가 없는 나는 항상 걸어서 출퇴근을 했는데, 이제는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버스도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만, 이것이 나를 더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다. 이미 이사하려고 한 마당에 그런 고민은 정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이사를 가야한다는 번거로움! 아마도 나는 이사의 번거로움 때문에 힘겨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끊어야 하고, 짐을 싸서 차에 실어야 하며, 이삿짐을 풀어서 정리를 해야하고... 아, 이 모든 일들이 내겐 스트레스다. 내 귀찮음이 나를 힘들게 하다니! 다른 여러가지 신경쓰이는 점도 있긴 하지만, 일단 이사를 하고 생활을 하다보면 나아질 것이다. 어쩌면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번거로움 쯤은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나. 그래, 다 괜찮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