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열렬하게 사랑하라!

시월의숲 2010. 4. 12. 18:23

어느 순간, 열렬하게 사랑하리라 다짐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초연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그렇다. 나도 언젠가 열정적으로 삶을 살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리라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무엇을 하든 치열하게 살아내보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또 어느 순간 돌아보면 그 모든 열정적인 다짐들은 잊어버린 채 삶의 모든 희로애락들을 멀리하고서 그저 불감의 삶,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기를 그토록 바라지 않았던가. 어쩌면 불감의 삶이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레 살아지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에 반해 청춘의 특권이란 것이 바로 기뻐하고, 슬퍼하며, 그토록 애타하고, 죽도록 증오하는 삶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청춘의, 젊음의 특권들을 나는 왜 그다지도 외면했던 것일까.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너무 늙어버린 것만 같다. 이것은 내 나약함인가? 가슴이 너무 아프고 시리다. 나는 항상 삶을 견디자고만 말했지, 그 삶 속에 푹 파묻혀 그것과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것이다. 내 삶은 언제나 나를 비켜지나갔고, 나는 언제나 그것이 삶을 견디는 일이라 생각했다. 비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삶을 열렬하게 껴안을 수 있을 것인가? 글쎄, 나는 아직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내 속에서는 언제고 열렬함과 비겁함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삶을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살아내는 사람들이 진정 부럽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빛이 그들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것만 같다. 찬란한 빛.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다운 그 빛. 꽃과도 같은 그들. 나도 진정 그들을 닮고 싶다. 열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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