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시월의숲 2010. 7. 13. 00:39

밤 열 시까지 근무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 8시만 정도만 되어도 거리엔 가로등 불빛밖에 없는,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 살다가 밤이면 더욱 환해지는 이곳의 거리를 걷고 있으니 어쩐지 내가 현실이 아닌 곳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불현듯 엄습하는 외로움.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나는 그들 뒤에서 조금 속도를 늦춘채 걸으며 그들이 내게서 좀 더 멀어지기를 바랐다. 그냥 앞질러서 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밤 열 시까지의 근무가 내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좀 더 천천히 걸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멀어졌다 싶은 찰나, 그들은 길 가 낮은 돌 위에 털썩 앉아서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힐끔 쳐다본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그들을 지나친다. 그들은 여전히 두 손을 꼭 잡고 있을까.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로등 불빛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는 어두운 거리를 걷는 것과 헤드라이트와 네온사인,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걷는 것. 어느 장소에 있는가에 따라서 외로움의 색깔과 향도 달라지는 것일까? 텅 빈 공간과 꽉 찬 공간. 어두움과 밝음. 자연과 사람. 적막함과 소란스러움. 적음과 많음. 너와 나. 나와 나... 기실 그 모든 것들이 다 같은 것인가? 아... 이게 다 내 앞을 걸어가던 중년의 부부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잡고 있던 바로 그 '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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