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열중할 만한 그 무엇

시월의숲 2010. 7. 26. 20:36

오늘 동료와 저녁을 먹으며 뭔가 열중할 만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살면서, 삶에 치이면서 점차 왜 사는지 알 수 없어지고, 삶에 의욕이 없어지며, 만사가 무의미해져버리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그렇다면 그 모든 것들을 전복시킬 수 있는, 가끔씩이라도 삶이 살만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니체는 낙타와 같은 삶,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사막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견딤의 삶을 경계하며 아이같이 삶을 즐기라고 했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니체가 말하는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삶을 살려면 최소한 자신의 삶에 무언가 열중할 만한 것을 찾아야 할텐데,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껏 그런 것조차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왔던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냥 하루하루 숨쉬며, 낙타처럼 그저 순응하며 내 삶을 내가 사막으로 만들지는 않았던가, 하는 급작스러운 후회가 목을 쳐서 가슴이 다 아렸다. 여행, 그림그리기, 영화, 서예, 수영, 마라톤, 축구, 독서...... 무언가 열중할 만한 것. 그것에 빠져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 것. 집중하지 않아도 저절로 집중하게 되는 것. 온 몸과 마음을 그것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강박이 아닌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 그렇게 열중하고 나면 다시 힘이 생기는 것. 그래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 그 무엇. 그것이 과연 나에게 있어서 무엇일까?  동료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림자처럼 떨어지지 않던 의문.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에 열중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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