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여름의 한가운데

시월의숲 2010. 8. 1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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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뎬무가 북상중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그치다 내리다를 반복하더니 지금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컴퓨터 타자를 치는 기분, 그리 나쁘지 않다. 비가 와서 체감온도가 좀 내려갔기 때문일까? 낮에는 비가 와도 후텁지근해서 좀 불쾌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너무 많이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위를 식혀줄 딱 그만큼만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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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가진 책의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무슨 책을 샀는지 말하기를 즐기는 것 같다. 자신이 산 책, 혹은 자신의 독서 취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얼마간 허영심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되다가도 나 역시 그렇게 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게 된다. 사실 허영심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책을 샀다는 것이며, 그리하여 그 책을 읽고자 한다는 사실, 그 자체인 것이다. 결심과 의지의 표현. 그래, 그런 것일게다. 결심이 굳건하면 할수록, 의지가 강하면 할수록 그것의 표현은 소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떠랴? 책에 관해서는 어떤 허영이라도 나는 관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책을 샀다. 사놓고 보니 거의 소설 위주이지만(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건만) 일단 읽고 보는 거다. 지루하고 무더운 날의 갑작스런 태풍처럼, 나를 정신 번쩍 들게 할 책이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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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다 '한가운데'라는 단어를 붙여 넣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 바로 여름인 것 같다. 왠지 '봄의 한가운데' 혹은 '겨울의 한가운데'라고 하면 봄과 겨울이 지닌 생생한 느낌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생의 한가운데'라는 소설을 읽을 때도 나는 여름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을 때가 마침 여름이긴 했지만, 겨울에 읽었더라도 아마 나는 여름을 생각했을 것이다. '생의 한가운데'란 말은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나만의 생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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