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더 클래식

시월의숲 2011. 4. 12. 22:43

생전 처음으로 클래식 콘서트에 다녀왔다. 힌데미트, 비발디, 멘델스존으로 구성된 실내악 공연이었다. 힌데미트라는 작곡가의 현악연주는 처음 듣는 것이었는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유명한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여름! 공연 시작 전 너무나도 설렌 마음에 민망하게 쿵쾅거리는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유명한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 또한 처음 듣는데도 불구하고 8대나 되는 현악기의 조화가 무척 아름다웠다. 이 봄과 딱 어울리는 연주랄까. 공연 시작 전 관계자가 나와 팜플렛에 있는 곡명과는 다른 선곡을 했다고 하던데, 아마도 이 봄에 어울리는 곡을 선택하느라 그랬으리라 생각되었다. 처음 듣는 현악의 향연은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주기에 충분했다. 현의 높고 낮은 화음과 선율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 이 감흥은 실제로 내가 클래식 공연을 보고 듣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오디오로 듣는 음악에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피부로 스며드는 듯한,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힘이 아무래도 약하니까. 공연장의 조명과 주위의 어둠, 실제 악기에서 나오는 음과 연주자의 숨소리와 관객들의 시선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일회성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예술. 아직까지 나에게는 연주자들의 실력과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이해는 부차적인 문제다.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 소도시에 그런 공연장이 생겼다는 사실과 그곳에서 클래식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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