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없어

시월의숲 2011. 11. 24. 21:34

그 나이가 되면, 혹은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생기는 공통의 관심사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초등학생이라면 초등학생들만의 고민과 생각, 결혼할 시기의 사람들이라면 결혼에 대한 고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이라면 육아에 대한 관심과 고민들 말이다. 그 시기가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을 생각과 고민들을 우리는 정확히 그 시기에,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그 자연스러운 생각이 어느 순간 무척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것으로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그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시기가 되면 응당 그러한 고민을 해야하고, 응당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는 그것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고민이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자연스럽게' 탈바꿈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그 시기(사실 시기라는 것도 애매하기 그지 없다. 무슨 시기? 도대체 누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반드시 그러한 고민과 경험을 해야한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지?)에 처했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고민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나는 그것에 무관심 할 수 있고, 그것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결국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때로 그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한채 자행하는 순수한 폭력이 두렵고, 관심을 가장한 끊임없는 말들에 지친다. 그러나 결코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말은 단순히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며, 순수하게 센스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듯 말하지 않아도 돼. 네 생각처럼,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없으니까."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0) 2011.12.08
부치지 못한 엽서  (0) 2011.11.27
하소연과 푸념 혹은 넋두리  (0) 2011.11.17
2011년 11월 14일  (0) 2011.11.14
그냥 그런 것일뿐  (0) 201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