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말의 무게

시월의숲 2012. 4. 10. 23:58

말에 대해 생각한다.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와 미묘한 어조, 전체적인 분위기, 감정 같은 것들을. 나로서는 그렇게 상처받을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된 경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어요. 그때는 제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조금 짜증이 나 있었나 봅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털어버리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나자 어쩐지 나 자신이 상처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이 상처를 받았다고 나에게 말했는데, 나는 왜 내가 상처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일까? 그의 격앙된 얼굴과, 따지는 말투가 내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쓸쓸히 웃음지었다. 그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예민하게 말을 던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언어를 주고받는 모든 행위가 어쩐지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급기야는 침울해지고 말았다. 내가 하는 말이 칼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그것이 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무서웠다.

 

다시, 말에 대해 생각한다.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이미 내뱉어진 말에 대해서. 얼마간의 비극성과 소통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그런 말의 무게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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