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아무래도 상관없는 만두이야기

시월의숲 2012. 11. 27. 00:38

갑자기 극심한 허기가 져 냉장고를 뒤적이다 만두를 발견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찜기에 만두를 올려놓은 다음 가스렌지를 켰다. 만두가 익는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맛집 블로그를 둘러보며 허기를 달랬다. 먹음직스럽게 찍어놓은 음식사진들을 보면, 먹는 행위 혹은 음식을 찍는 행위가 그들의 충분한 존재이유(전부는 아닐지라도)가 되고도 남는다는 것을 절로 깨닫게 된다. 그것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나또한 인간의 존재이유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극심하고도 돌연한 허기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녁을 적게 먹어서 그런가? 그건 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는 충분히 배가 부르게 저녁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밤에 음식을 먹으면 속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잠을 자기 위해서라도 만두를 먹어야만 한다는 비장한 각오마저 들었다. 사실 만두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만두를 먹고 나니 밀물처럼 잠이 밀려온다. 나는 정말 잠을 자기 위해 배가 고팠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배가 부르니 잠이 오는 것일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무언가를 쓰고 싶어서 배가 고팠던 것일까? 만두와는 상관없는 만두이야기를 위해?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