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모두들 말하는 '그것'에 대하여, 혹은 '그것'을 위하여

시월의숲 2013. 2. 22. 21:11

또 책을 사버렸다. 책상 위에 읽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한데, 나는 또 읽고 싶은 책들을 샀다.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거의 서너 달에 한 번씩 사는 것 같은데, 한 번 산다고 해도 그리 많이 사는 것은 아닌데도, 책을 읽는 속도가 사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니, 좀 한심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에는 꽤 많이 사버렸다. 무슨 생각으로(아, 물론 다 읽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것이지만) 이렇게나 많이 산 것인지, 조금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그래도 책이니까 용서가 되었다. 사고보니 소위 세계명작소설류가 많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처럼 제목만 들어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들 말이다. 그런 책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직접 읽지 않아도 마치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그동안 일부러 좀 멀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책들을 직접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수레바퀴 아래서> 같은 책들. 이미 너무나 많은 감탄과 경외와 찬사를 받고 있어서 더이상 내가 무어라 덧붙일 말 따위는 없을 것만 같은 책들. 무엇 때문에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수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일률적인 감동이 아니라 나만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어서인지도. 암튼 지금부터 할 일은 읽는 것이다. 한 권, 한 권 공을 들여서, 차근차근, 꾸준히 읽는 일, 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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