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그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시월의숲 2013. 6. 12. 22:02

귓속에서 웅성거리는 소용돌이 테오야,

그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 박진성,「크리스틴을 그리며, 테오에게」중에서(『목숨』, 천년의시작, 2012.)

 

*

박진성의 시를 읽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아파온다. 요즘 같은 기분에는 박진성의 시를 읽으면 안되겠다. '그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계속 저 구절만 보고 또 봤다. 그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게 불안과 슬픔의 인사를. 평온과 안식은 아직 멀리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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