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녹색 낙엽과 투명한 바람

시월의숲 2013. 8. 26. 21:59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도 이제 오려나 보다.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기운을 느끼며 잠들고, 잠에서 깬다. 어제 저녁엔 오랜만에 이불을 완전히 덮고 잤다. 배만 덮었던 이불이 어느새 슬슬 온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 기분, 나쁘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코가 간질거리면서 재채기를 자주 한다. 이건 분명 신호다. 오늘 아침엔 출근을 하면서 놀랐다. 아직 퇴색되지 않은 은행잎이 도로에 제법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낙엽인가, 생각하면서 거리를 걷는데, 이건 가을 낙엽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색빛깔의 낙엽이라니. 그 중에는 색깔이 변한 낙엽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생생한 녹색이었다. 은행나무가 성급한 것인지, 날씨가 뒤죽박죽인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굳건했던 여름 태양도 이젠 서서히 물러나려는가 보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그것은 불과 하루 이틀 전의 뜨거움이 아니다. 이제서야 조금, 숨을 쉬기 편해졌다. 아직 완연히 오지 않은,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가을을 위하여, 깊이 이 공기를 들이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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