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시월

시월의숲 2013. 10. 3. 00:30

시월이다.

 

시월이 되어도 한낮은 아직 좀 덥다. 뜨겁던 여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에 반해 아침 저녁은 선선하니, 한마디로 일교차가 큰 날씨다. 아침에 입고 간 외투를 퇴근할 때는 들고 나온다. 이러다 어느 순간 겨울이 오겠지. 가을은 마치 여름과 겨울의 틈새에 불쌍하게 끼어 있는 것만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당히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점차 없어진다. 겨울로 가기 위해 한 박자 쉬는 계절, 혹은 겨울로 가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계절로 생각하는 건 가을에게 좀 부당한 일이 아닐까?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에 낀 계절이 아니라, 여름 혹은 겨울처럼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계절인 것이다. 하지만 가을이 계속 짧아지고 있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북극에 얼음이 녹아 북극곰들이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가을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나를 이루고 있는 어떤 성분이 점차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건 아무래도 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안그래도 짧은 가을을 쓸데없는 걱정만으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시월이고, 완연한(이라고 말하고 싶은) 가을이니까. 이번 시월엔 산책을 더 많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