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카페모카는 달다

시월의숲 2013. 11. 14. 18:35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방금 마신 커피 때문에 속이 달아서 식욕이 일지 않는다. 핸즈커피에서 먹은 카페모카는 유달리 초콜릿 맛이 강했다. 찬 날씨 탓인지, 따뜻하고 단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선택하긴 했는데, 다 마시고 나니 후회가 된다. 오늘은 모처럼 동기들을 만나 여유롭게 수다를 떨었다. 오후에 받은 교육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기 때문이다. 대구의 모 대학교 교수라는 사람의 강의였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교수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십 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모에 인생의 커다란 굴곡이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아온 듯 보였다. 그는 강의를 하다가 '승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모든 조직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이 승진이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정말 그런가, 생각했다. 정말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은 승진을 원하는가. 동기들도 승진 이야기가 도마에 오르자 다들 열을 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카페모카의 초콜릿 맛을 음미하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아직 승진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가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승진이 임박했을 때도 이와 같은 마음일까? 나는 어떤 쪽이냐 하면,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승진이란, 하면 하는 것이고, 못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동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버럭 화를 낼 것임에 틀림없었기에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것을 거창하게 야망이라고 표현한다면, 나는 그런 야망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야망이 자신의 미래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내 좌우명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있는 자리,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 그런 것들에 충실하다면, 승진이야 어찌 되었든 상관없지 않을까? 물론 그들의 승진에 대한 열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미래의 계획 같은 것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방금 내가 마셨던 카페모카의 맛이 엄청나게 달다는 것, 그리고 저녁을 조금 늦게 먹어야겠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