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고맙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니

시월의숲 2014. 2. 21. 21:08

4년이란 세월은 무척 짧은 기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벤쿠버 때의 김연아의 연기를 잊을 수 없는데, 오늘 새벽 잠을 설쳐가면서 본 소치에서의 김연아의 연기는 4년이라는 세월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그렇듯, 김연아 선수나 그녀를 응원하는 국민들이나 참으로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으리라. 러시아의 홈어드벤티지가 눈에 보일정도로 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지만, 김연아 선수는 어느때 보다도 의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더욱 그녀를 돋보이게 했으며, 메달의 색깔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이루었고, 오랜 기간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피겨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깨우쳐 주었으니까. 나는 오래 전부터 그녀의 재능에 탄복하였고, 그것을 보는 것이 내 삶의 큰 활력소였으며 행복이었다. 사실 그녀가 금메달을 못 딴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아쉬움이 더 컸다. 더이상 그녀를 경기에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적어도 나에게는 김연아가 곧 피겨였으며, 피겨가 곧 김연아였다. 무엇보다 김연아 선수가 말했듯, 모든 짐(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을 내려 놓았다는 사실에 그녀가 만족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더이상 바랄 것도, 아쉬워 할 것도 없다. 이제 그녀는 그녀만을 삶을 살면 된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고맙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