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햇살

시월의숲 2014. 3. 30. 15:04

 

 

 

문득, 햇살, 이란 단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인터넷 어학사전에는 '해가 쏟아내는 광선'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오늘은 마치 오월의 햇살처럼 환하게 빛나는 하루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들뜬 마음에 찾아본 '햇살'이란 단어의 뜻은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단어의 뜻 때문에 내가 느꼈던 어떤 충만감이 반감되는 것 같았다. 내가 찾으려고 한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내가 느꼈던 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고 싶었다. 그냥 좋다, 라는 말 말고, 좀 더 다채롭고, 아름답고, 풍부한 감정의 말을. 내가 시인이었다면 적절한 단어를 찾아낼 수 있었을까? 시인은 아니지만, 시인의 고충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모든 것햇살 때문에, 햇살로 인해서 생긴 것이다. 2014년 3월 30일의 햇살이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사진 또한 내가 느낀 햇살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햇볕이 내 살결에 와 닿는 그 느낌을. 모든 사진과 문학, 더 나아가 예술은 어쩌면 무한한 실패의 기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얼마만큼 멋지게 실패했는가의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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