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신경을 쓰기 싫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일

시월의숲 2014. 6. 20. 22:11

피곤한 하루였다. 아침부터 육체노동을 하였고, 신경을 쓰기는 싫지만 쓰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써야만 하는 어떤 일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날씨는 점차 무더워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입맛이 없었다. 내가 정말 바라지도 않은 일이 내게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겹의 우연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어떤 상황이 나를 자꾸 한쪽으로 몰고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거짓으로 화를 모면하기도 싫고, 어차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이 원하는대로 한다고 했지만, 과연 그것이 잘한 일인지 자꾸만 의문이 든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풍문으로만 전해 듣고 그것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풍문으로 들리는 일들의 실체가 어떻든 간에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고, 그러한 걱정으로 인해 나 자신이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잡생각 때문에 책도 잘 읽히지 않는다.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만으로 가득해서 다른 일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내겐 지금 주어진 일이 있으며, 그건 내가 어떻게 되든 해야 하는 일이므로 나는 그것에 전적으로 매진하고 싶다. 이런 마음과는 별개로 자꾸만 끼어드는 다른 생각 때문에 요즘 나는 꿈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읽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꿈>이라는 책 때문인지도 모르고. 직업이 내 삶의 중심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직업 아닌 모든 일이 내 삶의 중심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직업으로 인해 내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사람들로 인해 내가 피폐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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