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불필요한 해프닝

시월의숲 2014. 7. 3. 22:22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난감하거나 황당한 일이. 7월은 좀 역동적인 달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맞아 떨어졌으나, 그 기대는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고, 그래서 조금 당황했으며, 정말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일. 조직사회에서 인사이동라는 것의 오묘함 혹은 어이없음을 새삼 느낀 것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직의 어느 누군가는 자신이 원하는 부서 혹은 장소로 가거나 가지 못한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무슨 이유에선지 무참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그가 그 부서 혹은 장소로 가게 되었는지 당사자와 인사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 '사건'을 둘러싸고 수많은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공개적인 비난을, 누군가는 뒷담화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정보에 빠른 누군가는 '사건'이 되어버린 인사이동에 대해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하지만 결국 납득하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알아낼 것이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일이란 결국 알고 싶지 않은 일, 더럽고 치사한 일 혹은 욕을 하면서도 내심 부러워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는 생각할 것이다. 그래, 원래 그렇고 그런 것이었지, 하고. 나는 원래부터 아무 곳이나 상관이 없었고, 다만 내가 가야하는 곳에 대한 적응, 생소한 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하지만 누군가 아무 생각없이 던진 그물에 걸려 며칠 허우적대었던 것을 생각하면 약간의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물론 나는 결과에 만족하고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누군가를 시험에 들게 하는 말, 아무 생각없이 툭 던진 말, 그런 말이 당사자를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지그들은 알지 못한다. 나는 그것에 화가 난다. 다들 그런 말을 했다. 인사발령은 정식 공문으로 발표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그것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렇고 그런 일이었다는 것도. 나는 그 모든 것이 우습고 불필요한 해프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피곤한 일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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